Tuesday, July 5, 2016

제대건 미국 변호사의 골프 로직 (1) - US Open에서의 퍼팅 판정

몇 주 전의 US Open에서 있었던, 더스틴 존슨의 퍼팅 판정은 골프 세계에 큰 논쟁거리였습니다. US Open을 주관하고, 미국에서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USGA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지요. 골프규칙은 영미법과 많이 닮아 있으며, USGA의 규칙 제정 및 집행에 있어서 전직 변호사들이 많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영미법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행하는 원인(cause)에 대해서 cause-in-fact와 proximate cause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물리적, 실제적인 원인이고, 후자는 전자의 실제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힘들때, 법적으로 합리적인 원인이라고 추정되는 원인입니다. 즉, 살인이 일어났을 때, CCTV 등을 통해서 실제로 칼을 쓰는 장면이 잡히면, 실제적인 원인을 규명할 수 있지만, 그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주변 정황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번 더스틴 존슨의 퍼팅에서도 골프공이 움직인 실제적인 원인(cause-in-fact, actual cause)를 밝혀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골프공이 움직이게 만든 힘은 분명히 있을터인데, 비디오 자료만 가지고 그 원인(예를 들어, 바람, 진동 등) 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proximate cause를 판단해야 되는데, 이 경우에는 비디오 자료가 주요 증거였고, 더스틴 존슨의 구술(statement)과 동반자의 구술도 참고는 되었지요. 공이 움직이는 원인이 골퍼에게 있는지 판단하는 상황에서 USGA가 사용하는 잣대(standard)는 more likely than not (preponderance of evidence)입니다. 영미법에서 이러한 잣대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more likely... 는 51% 이상의 가능성으로 골퍼가 공을 움직였을 것 같으면, 골퍼가 움직였다 라고 법적으로 판단(judgement)한다는 것이지요. 살인죄나 여타의 심각한 범죄에서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증명을 필요로 합니다. RA/USGA에서는 영미법에 있는 여러 잣대들 중에서 one stroke penalty가 걸려 있는 이번과 같은 다툼에서는 more likely... 를 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지요. USGA의 rule director들의 인터뷰를 보면, 더스틴 존슨의 pre-shot stroke 위치와 stroke 완료 시점과 공 움직이는 시점의 간격을 근거로 더스틴 존슨의 stroke가 골프공을 움직이는 proximate cause였다 라고 판단했고, 그럴 가능성이 51% 이상이 된다 라고 결정한 것이지요.
이번 일을 계기로 규칙이나 경기 진행 방식에 대해서 여러 논의나 결정이 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현재 규칙 체계 하에서는 아래와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 No admission
골프 경기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honor system을 준수해야 합니다. 즉, 내가 penalty를 일으킬만한 일을 했으면 자진 신고를 해야 되지요.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그랬는지도 안그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있지요. 그럴 때는, 하지 않았다 라고 해야 됩니다. 이번 더스틴 존슨의 경우에서도 더스틴은 I did not ... 이라고 분명한 statement를 했지요. 만약, 더스틴이 I may 나 I might cause 라고 했으면, USGA에서는 위에서말한 51% 의 잣대를 적용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영미법 소송에서는 소송 당사자의 인정(admission)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증거(evidence)이지요.
- Pre-shot routine
이번 USGA 판결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 것은, 연습 퍼팅 위치와 골프공 사이의 거리입니다. 만약, 훨씬 뒤쪽에서 연습 퍼팅을 했다면, proximate cause가 있었다라고 판결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연습 퍼팅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연습 퍼팅시 땅을 치는 등, 공을 움직일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대건 (미국(DC)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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